서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속도가 느려진다. 손은 책등을 따라 움직이고, 눈은 제목보다 종이의 낡은 색을 먼저 본다. 오래된 서점에서는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고르는 기분이 든다.

책을 사러 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조용한 오후 한 조각을 사러 간다.
새 책은 미래를 약속한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반대로 헌책은 누군가의 시간이 지나간 자리를 보여준다. 접힌 모서리, 밑줄, 영수증 한 장. 그것들은 책의 결점이 아니라 이전 독자의 작은 흔적이다.
고르는 방식
나는 첫 문장을 읽고 책을 고르지 않는다. 중간 페이지를 아무 데나 펼쳐 한 문단을 읽는다. 좋은 책은 가운데서도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는다. 시작과 끝이 아니라 중간에서 살아 있는 책을 좋아한다.

그날은 얇은 산문집 한 권을 샀다. 책값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더 오래 남았다. 가방 안에서 책등이 손에 닿을 때마다, 오늘 하루가 아주 조금 단단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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